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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지인, 연고님께서 주신 소재로 연성하는 리퀘스트의 글.
*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료켄과 그런 료켄을 구원하는 구원자 유사쿠 설정.
* 유희왕 브레인즈의 코가미 료켄X후지키 유사쿠 커플링으로 연성하는 글
* 캐릭터 개인해석 多 브레인즈의 내용 스포일러와 날조가 다수 포함 되어 있습니다. 주의부탁드립니다.
* 읽으신 후 잘못된 정보를 가지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작성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혼돈의 글, 의불의 끝맺음 미안해 고님...
* 공미포 2981자의 짧은? 단편
* 즐거운 관람되세요!
* 오탈자는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나른한 미소, 익숙하지 않은 입 꼬리가 작게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제 앞에 있는 소년을 향해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제 품안에 끌어안아 보였다.
작은 체구, 제 품안에 전부 들어오지는 않는 체격. 그것조차도 사랑스럽다 여기며 웃음을 터트린 청년이 입을 열었다. 좋아해, 그 소리에 소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난 널 용서하지 않았어, 리볼버.]
위태
코가미 료켄X후지키 유사쿠
By.블랑쉐
몇 번이고, 그때와 같은 꿈을 꾸고는 한다. 자신을 따라 집으로 놀러온 상냥하고 귀여운 그 아이가 하얀 방에 갇히게 되는 꿈을. 몇 번이고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리며 홀로 사죄의 단어를 내뱉는다. 그가 연구에 동원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길거리에서 만난 상냥한 아이와 함께 놀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고 그와 동일하게 세상 일 또한 제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뿐이었다.
아버지는 위대한 연구원이었다.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 이그니스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하셨다. 자신은 아버지가 틀렸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인류를 위해 연구하셨고 그를 위해 아주 작은 희생은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늘 말씀하셨으니 말이다. 언제나 인류를 위하셨으니까. 그들 또한 사람이기에 아버지가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 일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과 함께 온 그 아이마저 이제는 하얀 방에 갇혀 매일 내지르는 비명에. 자신의 정의가, 아버지가 말해주던 정의가 일그러져가기 시작했다.
“3가지를 생각 하는 거야.”
[3가지?]
“그래, 살아남기 위한 3가지, 돌아가기 위한 3가지, 적을 쓰러트리기 위한 3가지. 생각하는 것으로 너는 살아남을 수 있어.”
[너는 누구야? 어디에 있는 거야?]
어째서 그런 말을 내뱉었던 것일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혹시라도 일어나지 못하면 이라는 불안감에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아버지는 너희를 죽이지 않을 거야. 그렇게 믿고 있었던 정의가 무너지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을 걸었다.
“나는 네 곁에 있어.”
그렇게 지내기를 또 수십일,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입술을 깨물고 무릎을 꿇었다. 아니다,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이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인류를 위해 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소를 희생하는, 그런 사람이다.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정의를 아래에 두고서 쭈그려 앉아 외쳤다. 아버지는 틀리지 않았다며 그렇게 몇 번이고.
진실이란 원래 마주하기 힘든 법이다. 눈앞에 괴로움에 울부짖은 그 아이가 아버지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던 모양이었다. 어린 시절의 자신이 품었던 감정은 무엇일까.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감정과 얄팍한 죄책감. 아버지를 배신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그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고 난 자신은 그것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무엇 하나 진실 되어 보이는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자신은 그날 제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다.
시간을 되돌릴 법 같은 것은 자신은 모른다. 그 순간에 자신이 무슨 선택을 했어야 옳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은 그 아이에게 있어서 가해자라는 것.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여 자신이 죽여 버렸던 아버지의 의지를 이어받아. 목숨을 내던지고서 이그니스를 없애기 위해 살아왔다. 미련 없는 생명에 자신을 방해하는 이들을 희생하며, 망가진 정의를 가지고서 언젠가 무너져 내리기를 기원하는 땅을 밟고 서있었다. 제 아버지가 만든 이그니스와 함께 자신의 생명도 사라지고서 그렇게 죄책감을 버릴 수 있다면, 적어도 속죄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무너져 내린 발밑에 추락하는 자신을 그가 구원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살아왔다는 그 말에, 균열이 간 발밑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그럴 리 없다, 자신은 가해자인데 용서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의 마음을 거절하고 외면했다.
그리고 그것은 용서를 받았다 여겨지는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
연인이 되어 정식으로 교제를 하는 지금에도, 애정과 함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사라지지 않는다. 매일 밤, 자신이 그를 품에 안고 좋아한다, 속삭이면 되돌아오는 목소리는 애정 어린 고백이 아닌 잔인한 증오의 목소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귓가를 떠나지 않는 그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입을 막는다.
또다시 네가 나를 증오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은 용서받을 수 없는 가해자이다. 미칠 것 같은 정신을 부여잡고서 웃음으로 모든 것을 감춘 채, 매일을 위태롭게 살아간다. 너는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오는 것 같다.
“—가미,”
“…”
“코가미 —켄.”
“…—”
“코가미 료켄.”
“… 아…?”
멍하니 입을 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의 모습에 입을 다물고서 시선을 피했다. 두려움? 그렇다, 이것은 두려움이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품고 있는 어느 진실을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상대의 목소리로 듣는 것에 대한 공포심. 그만해, 듣고 싶지 않아. 네가 나를 미워한다는 말은, 나를 증오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제발 그 입술로 날 죽이지 말아줘, 유사쿠.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료켄”
“뭘 말하는지?”
“최근 악몽을 꾸는 횟수가 늘었잖아, 무슨 일인거야. 말해줘.”
“…별로,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잖아?”
걱정 어린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울린다. 떨고 있던 제 손을 감싸 쥐고 맑은 녹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한 점 거짓 없는 그 눈동자가 나를 괴롭게 만든다. 입술을 깨물었다. 손을 통해 느껴지는 온기가 자신을 괴롭게 만든다.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는 단어를 내뱉게 만든다. 그만, 제발 그만둬. 무너지는 정신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듯 입을 열었다.
“나는, 나는 너의 적이다 유사쿠.”
“… 전에는 그랬지.”
“너를 그곳에서 고통 받게 한 자의 아들이다.”
“하지만 네가 날 구했지.”
“나는 가해자인거다, 후지키 유사쿠”
“그 점은 네가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준 그 순간부터 상관 없던거였다. 료켄.”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나 단언할 수 있는 거지!? 망가진 과거를 되돌리지도 보상조차 할 수 없다.”
“료켄…”
“언제 너에게서 사형선고가 떨어질지, 네가 날 증오하지는 않을지. 유사쿠, 너는 삶을 버린 나를 구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구원이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 나는,”
“…”
“나는 너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자란 말이다…”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유사쿠는 이내 제 손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 자신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아 보였다. 전신을 통해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에 숨을 들이쉬었다. 어린아이를 달래듯 차분하게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어째서냐는 말은 더 이상 내뱉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서 돌아올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료켄, 이미 일어난 과거를 증오하는 것은 이미 끝났어.”
“—”
“너의 말은 틀리지 않았어, 너는 가해자. 나는 로스트 사건의 피해자. 하지만 그런 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면 나는 네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거다.”
“유, 사쿠.”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잃었고, 나는 그 시간을 이어가기 위해. 그리고 너를 구원하기 위해 살아왔어. 그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
“믿을 수 없어도 괜찮아. 중요한건 나는 이미 너를 용서했고, 그리고 앞으로는 많은 시간을 네 곁에서 보낼 것이니까. 내가 이미 너를 용서했다는 사실을 네가 받아들인 이후에도 말이지.”
“후지키, 유사쿠.”
“지금은 그걸로 괜찮아.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테니. 네가 영원히 구원받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지.”
작은 미소, 언젠가 보았던 상냥하고도 부드러운 아이의 미소. 미래라는 것을 알 수 없고 사람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도 자신에게는 없는 그였지만. 지금 만큼은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믿고 싶은 진실에 가만히 몸을 기대었다. 이 안식처에 언젠가 마음편히 쉴 날이 오게 되리라 작은 희망을 가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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